실리콘밸리에서 채용하는 법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에서 일한지 한달 반... 이곳의 채용은 전쟁이다.

기본

잘하는 사람은 모두가 데려가려하고, 중간이거나 못하는 사람은 모두가 거부한다. totally binary.

'가장 약한 고리의 강도가 사슬 전체의 강도를 결정한다는 말'을 생각하자.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알고싶다면 회사의 핵심 가치를 창출하는 곳과 (제품과 고객) 가장 거리가 먼 자리에 있는 사람의 수준을 살펴보면 된다. 예를 들어 오피스 매니저가 코딩을 할 줄 알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신있게 회사 제품을 소개해주고 심지어 데모까지 해줄 수 있다면 그 회사는 무언가 되는 회사이다. (이곳에선 실제로...)

시간

늦지 않으려면 채용에 관한 결정은 지원서를 발견하고 10일 이내에 결정해야한다고 봐야한다. 커뮤니케이션의 interval이 압축되어 있기에 (대칭적으로...) 채용 cycle이 7-10 정도가 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전화 인터뷰 2번, 대면 인터뷰 1-2번, reference 확인, 미션[1]까지 끝낼 수 있다.

효용

삼인행 필유아사언. 세명이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내 스승 삼을만한 사람이 있다. 세 명과 인터뷰를 하면 "모두"에게서 배울 바가 있다. 많은 부분은 타산지석격으로 "don't do"를 배우지만, 가끔씩 고수와 인터뷰하면 매트릭스에서 니오가 코드 머리에 꽂아서 배우는 식으로 배울 수 있다. 그 사람이 설령 우리 회사와 함꼐하지 않더라도 평소에 골몰히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을 "인터뷰 질문"의 형식을 빌려 물어보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됨.

질문

명확히 답이 없는 문제들(open-ended) 대한 질문을 해보면 옥석이 가려진다. 고수는 질문을 하고. 중수는 답을 하고. 하수는 뭔가 말하는데 잘 모르겠다. 고수는 기본적으로 질문의 의도 (What's his agenda?)라는 것을 캐낼때까지 요리조리 구체적인 질문을 하고 그것이 구체적으로 잡힌다 싶으면 논리적으로 해답을 전개해나간다. 이 접근법 자체는 사실 컨설턴트 케이스 문제 풀이와 다를바가 없다. 그렇지만 진짜 감동을 주는 고수들은 "그 문제와 관련하여 자신이 과거에 어떠한 결정을 내렸는지, 그리고 거기서 무엇을 배웠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이력서

1) 각 항목 제목과 부제목, 2) 근무 기간, 3) 근무한 회사의 분야/성격/규모, 4) 학력과 졸업시기 만 볼 것. bullet point까지 읽었다가는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다. 앞서 말한 4개의 항목들을 시간 순서대로 읊조리다 보면 그 친구의 스토리가 그려지고, 그에게 반드시 해야할 질문들이 떠오른다. 예를 들어 "그 회사에서 이 회사로 옮겼고, 이 회사는 규모나 분야가 전혀 다른데 왜 옮겼는지? 그리고 1년도 안되어서 다시 구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러한 부분은 성격/개인사 같은 문제와 연결될 수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실력과 관계없이 거부사유가 될 수 있기때문에 가장 먼저 확인해야한다. 우선순위를 잊고, 서로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자는 뜻이다.

구인

구인을 할 때는 "왜 이 회사가 성공하고 있는지"를 세 가지 포인트 정도로 요약해서 인트로에 넣을 것. 1) 누구에게서 투자를 받았는지, 2) 얼마나 빠르게 성장을 하고 있는지, 3) compelling, ambitious 비전 정도를 넣어준다. 초기 기업이어서 내세울 것이 없는 경우는, 결국 창업자들의 과거 성공 이력을 내세워야한다. 구인자의 마음에는 "내가 왜 이 회사에서 일해야하지?"라는 질문밖에 없는데, 센스없게 "일해줘 일해줘 일해줘."라고 떼쓰거나, 상황모르고 "너는 와서 일하게 될거야"라고 말해선 곤란하다. 구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시계의 최소 단위는 1년 이상인데, 구인자 시계의 최소단위는 고작해야 그사람을 채용하는 데 걸리는 한달 남짓이기 까닭이다. 내가 왜 1년 이상 여기서 일해야하는 지에 대한 답을 주어야한다. 그리고 누구나 추락하는 비행기에 올라타고 싶어하지 않는다.

손가락 아퍼서 그만 씀.

[1]: 그 사람이 채용되면 어차피 해야하게 될 일 혹은 그 일의 그림자(?) 같은 일을 맡겨본다. 왜냐하면 1) 직접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경험해보게 되어 자신이 지원한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고로 서로 실수하는 가능성이 줄어든다. 2) IQ quiz를 통한 가짜 업무 능력이 아니라, 실제 업무 처리/배달(?) 능력을 확인한다.

dh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있는 곳이 제 고향입니다. 세상에 유용한 것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평생을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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