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으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팀으로 일한다는 것, 그리고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지난 12월부터 내가 하는 일은 다리를 놓는 것이다. 다리 한 쪽에는 실리콘밸리(그리고 샌프란시스코 및 주요 근방)와 뉴욕의 스타트업들이 있고, 반대편에는 핀란드 능력자들이 있다. 나는 그 둘을 연결한다. 지원자에게는 최소 3개월 동안 최고의 배움의 환경과 경험을 제공하다는 것, 그리고 스타트업들에게는 북유럽 최고 인재를 비자 및 여행 경비 걱정없이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 셀링포인트이다. 아직은 그 동네에서 A+급 스타트업들을 유치하지는 못했지만, 에버노트나 수많은 Y combinator 스타트업을 비롯해서 30개 이상의 스타트업들의 인재채용을 도와주었다. 프로그램의 이름은 Startup Life으로, 나를 비롯해서 3명이서 운영하고 있다. 작년말에 리더 친구가 나를 섭외한 이후로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다툼 속의 진검승부

팀 리더인 친구와, 팀원이자 동료인 나는 거의 모든 면에서 상반되었다. 그 친구는 기존에 큰 문제가 없었던 것은 그대로 지키려는 경향이 강하고, good enough를 강조한다. 또한 모든 일에 있어서 확실함을 굉장히 중시한다. (스스로를 컨트롤 프릭이라 평함.) 그에 반해 나는 조금 더 실험적이고, 탁월함에 대한 열정(이라 쓰고 집착이라 읽는다.)이 강하다. 나 같은 경우는 '궁금한 것은 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마인드로 일단 사고를 치고 피드백을 통해 가부를 깨달는 편이다. 나는 군대를 갔다 왔음에도 권위와 계급에 대한 존중에 어설프고, 프로젝트에 대한 주인의식이 남달리 강하다. 그 친구는 누구도 언짢게 하지 않는(politically correct) 메시지(흔히들 corporate speak하는...)를 원하는 반면, 나는 특정한 그룹을 날카롭게 겨냥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이라고 여긴다. (때론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언짢게 하는 것은 각오하면서...)

이렇다 보니, 그 친구와 크고 작은 갈등을 피할 수 없었다. 그 친구 성격을 아는지라 처음부터 나는 부딪힐 부분은 최대한 피하고자 하였다. 그 친구도 나와 부딪히는 부분을 알고 있었지만 나름 안으로 품고 있었다. 1,2월은 어떻게든 넘겼지만, 일이 많아지면서 3월에는 본격적인 씨름을 하게 되었다. 치고박고 싸운 적은 없지만, 치고 박고 싸우고 싶을 정도로 "말로" 싸우고 "마음으로" 삭힌 일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프로젝트 목표를 차근 차근 성취해 나가고 있고, 아마 역대 최다 수준으로 지원자를 미국으로 보낼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머리를 긁적일만한 일이다. 팀웍이라는 것은 없었지 않았나? 화합보다는 갈등이 많았지 않았나? 지금도 편안함보다는 불안함과 일종의 존경심이 가득하지 않은가? 우리는 팀인가?

좋은 팀은 평화롭지 않다.

원체 안 맞는 사람이라면 인사만하고 지나치면 서로에게 행복하다. 하지만 작은 팀에서 정치적인 언행으로 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작은 생채기로 끝날 일을 말기암으로 만들고야 만다.

밀접한 교류가 있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서로의 개성과 생각을 솔직하게 공유한다는 것은 마치 진검승부와도 같다. 진검승부가 있는 곳에 상처가 없을 수는 없는 것이다. 상처는 생길지언정 진심은 전달된다. 최소한 오해는 없다.

보통 좋은 팀하면 '우리는 한 가족, 다같이 미소 ^_^' 같은 느낌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평균이 아닌, 탁월함을 기준으로 하는 팀에게 있어 갈등과 다툼은 당연한 것이다. 갈등과 다툼의 주제가 '프로젝트의 퀄리티와 성과'라면, 신나게 격하게 솔직하게 다투는 팀이 좋은 팀이다. 프로젝트가 중심에 있는 다툼이라면 그 갈등은 장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고, 결국은 더 좋은 성과를 가져오게 된다.

'나는 X가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 친구는 분명히 반대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수그러들면 안된다. 명확하게 논리를 추려서 이야기 하면, 내가 생각을 접든, 그 친구가 수긍하든 둘 중에 하나이다. 논리없는 주장은 어린아이 장난감 사달라고 하는 격이다.

모두가 즐겁고 웃을 수 있는 좋은 방책은 드물다. 그런데 이것을 이해하고 다툼을 각오할만한 사람들이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좋은 팀의 정의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 나와 성격이 비슷한 사람. 나와 배경이 유사한 사람... 다 좋다.

하지만 내가 진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다. (아래 세 가지 조건.)

  • 진심으로 자신이 하는 프로젝트의 가치를 믿는 사람.
  • (감정은 절제하고) 상대방의 능력에 대한 존중만으로 교류를 지속할 수 있는 사람.
  • 프로젝트의 성과와 퀄리티에 한없이 집중하고, 다른 생각이 있으면 얼마든지 제동을 걸만한 배짱과 각오가 있는 사람.

한마디로 좋은 팀의 정의는 프로젝트 결과를 위해 고통스러운 다툼을 할 각오가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물론 '진검승부를 할 것이냐 말것이냐'도 상황 봐가면서 해야한다. 아무때나 덜컥 나서다가는 나 혼자 바보된다. 예를 들어 정치적인 알력 다툼으로 점철된 전형적인 (일부) 대기업에서 진검승부가 통하겠는가. 상대와 상황을 가려야 하므로, 결국은 기본적으로 팀원에 대한 신뢰가 있는 지가 관건이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환경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다.

당연하지만,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그리고 프로젝트의 결과와 무관한 이유로 사람을 괴롭히는 jerk 혹은 asshole(우리나라 표현은 어감이 너무 강하네요...)은 추방되어야한다. 팀의 사기를 갉아먹는 흡혈귀 같은 친구들이다.

솔직히 말해, 난 같이 일하는 친구가 밈고 언짢을 때 많다. 이것은 그 친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을 생각하면, 나는 그와 일하는 것이 신난다. 그 친구도 나에 대해 마찬가지로 생각히는 지는 모르겠다. 아마 나가라고 하지 않은 것보면 (심지어 그 친구 다음에 운영하고 싶냐고 물어본 것을 보면), 그 친구도 느끼는 바가 있나 보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서로의 열정과 진의를 의심하지 않는한 나는 이 친구과 계속 일하고 싶다.

dh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있는 곳이 제 고향입니다. 세상에 유용한 것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평생을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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